그냥 바로 설명하자면,


텔레비전 시트콤 시리즈 Arrested Development의 오리지날 캐스트 중에 한 명이고, (집안의 최고 연장자 할애비 조지 블루스 역할) 한 가족의 아버지가 다 늙어서 여자로 살겠다며 여자 옷을 입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드라마 트랜스페어런트(Transparent)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제프리 탬버Jeffrey Tambor가 트랜스페어런트의 촬영장에서 성추행 및 성희롱을 했다라고 미투 운동이 한창 타오르던 시절 나왔었는데 그 대머리 틀딱놈이 같은 Arrested Development 출연자이신 제시카 월터Jessica Walter님(루실 블루스 역이고 극중에서 루실은 조지 블루스와 혼인한 관계.)에게 촬영장에서 폭언을 했다라는 사실이 1.이고,


어레스티드 디벨롭먼트가 시즌5로 다시 돌아와서 뉴욕타임즈에서 출연진들이 뉴욕타임즈와 인터뷰를 하는데 제시카 월터님이 제프리 탬버에게 당한 언어적인 학대를 말하자 'Maeby' 역할의 앨리아 쇼컷Alia Shawkat을 제외한 제이슨 베이트먼Jason Bateman, 데이비드 크로스David Cross, 윌 아넷Will Arnett, 토니 헤일Tony Hale 등등의 남자들이 우리는 한 가족이다 가족들 사이에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해할만한 일이다 등의 말로 치부하고 넘어가려고 하거나 그런 개소리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자빠져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매우 매우 매우 개빡쳤었다는 게 2.이다. 


Arrested Development는 내가 미국식 코미디에 빠지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는 내게는 매우 뜻깊은 쇼이기 때문에 더욱 실망감이 크다. 블로그 대표 이미지로 사용해온 이미지도 AD의 한 장면을 캡쳐한 것이다.(맨 밑에 그에 대해서 씀...) 그런데 결국엔 !!남자!!들이 그런 좋은 기억조차 다 망쳐버린 것이다. 앨리아 쇼컷님만이 제프리탬버의 행동이 '용납할 수 있는 게 아니(doesn't mean that it's acceptable)'라는 뜻을 분명히 밝히며 그 인터뷰에서 유일하게 제시카 월터님의 편을 들었다. 그리고 제시카 월터님을 제외한 유일한 다른 여성이었고. 쯧쯧...




제프리 탬버Jeffrey Tambor - 뭐 얘는 더 말할 게 있나 싶다. 위에는 안써있지만 제시카 월터님이 울음을 터뜨려가며 제프리 탬버에게 모멸감을 느꼈던 일을 말하고 또 다른 여성패널이었던 앨리아 쇼컷님을 제외한 남자들이 그것을 격하하는 말을 할 때 옆에서 듣고 앉아있으셨다고 한다. ㅋㅋ AD촬영장에서만이 아니라 다른데서 개짓꺼리 다 해놓고 은근슬쩍 또 언론 인터뷰에 끼어들어있고 양심이란 게 이렇게 없을 일인가. 뻔뻔함에도 정도가 있어야지. 


상습 성추행범 벤 에플릭Ben Affleck이나 미성년자들에게 셀 수도 없이 많이 껄떡댓다고 하는 제임스 프랑코James Franco 등이 스티븐 코베어Steven Colbert라는 역시 자지달리신 분이 진행하는 토크쇼에 나와서 구질구질하게 변명을 늘어놓고 우리 독실한 카톨릭이신 콜베어님의 애정어린 죄 사함도 받고 '새 사람' 행세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일단 TV를 보는 사람들은 어떤 인간들이 TV에 나오면 나올만 해서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며 자동적으로 문제적 인물을 정상화(normalization)해주고 그들이 저지른 허물에도 관대해지니까 이렇게 잘못한 새끼들이 더 기를 쓰고 티비에 나오는 것이다. 애초에 발언권을 주는 거 자체도 문제고 말이다.


더스틴 호프만Dustin Hoffman도 성추행 폭로가 나오고 조건부 사과문을 발표한 후에 꽤나 오래전 영화가 되어버린 Wag The Dog의 기념행사에 면상을 들이밀었는데 그 행사 진행을 부탁받은 존 올리버John Oliver가 그나마 제정신을 가진 인간이라 더스틴 호프만의 조건부 사과문을 똑바로 지적했고 이 뻔뻔한 틀딱새끼는 그에 대해 존나 부들부들했고 뭐라고 구구절절 변명하다가 존 올리버한테 더 탈탈 털렸다. 그 대화가 녹취도 되어서 기사화가 되었고 말이다. 만약 제임스 올리버가 아니라 뭐 예를 들어서 트럼프 머리 쓰다듬던 지미팰런Jimmy Fallon 같은 무척추 노잼 빙신 핫바지새끼가 허허실실 행사를 진행했으면 더스틴 호프만도 '성추행하고 사과같지도 않은 사과 내놓고는 적반하장인 답없는 틀딱새끼'가 아닌 '그래도 이런 자리에 더스틴 호프만이 있어야지' 정도로 별일 없이 지나갔을 거고 그새끼가 뻔뻔하게 면상을 들이민 소기의 목적도 달성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죄를 쉽게 면제받는 것도 남자들 한정이지만 말이다. 여자들은 훨씬 사소한 잘못으로도 커리어를 조지고, 자기가 피해를 받아도 커리어를 조진다. 미투운동에 동참한 거의 모든 여자연예인들이 거기에 해당하고 섹스테입 유출 피해를 입고 활동을 중단해야했던 연예인들이 그러하고 그 외에도 사소한 잘못으로 '썅년', '미친년' 등등으로 불리웠던 우리의 고정관념 속 문제적인 여성인물들의 상당수가 그랬다. 남자들에게 적용되어온 기준으로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대체 왜 욕먹고 사라져간 것인가 이해할 수 없고 그 재능들이 아깝고 아무튼 개빡쳐야 정상이란 말이다(개인적으로는 한남랩퍼들의 디스전을 가장한 성희롱과 루머 유포로 인해 랩을 접으셨던 리미Rimi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런 상황에 남자 연예인 밥그릇 타령이나 하는 인간들은 진심으로 정신차릴 때까지 자기 머리를 책상에 꼴아박아서 피를 봐야 한다. 


우리가 이 부조리와 남성만을 특혜하는 이중좆대를 바로 잡기 위해서 시청자로서 해야할 것은 다음과 같다. 기왕에 대중문화에 본인 시간을 할애할 거라면 누가 TV에 나오니까, 뭐 차트에 오르니까, 다른 연예인들이 지지해주니까 막연히 괜찮겠거니라고 생각하지 말고 트위터 같은 SNS의 반응을 보면서(페북은 그냥 똥찌꺼기임) 어떤 새끼가 뭔 잘못을 했는지 정도는 스스로 파악하고 윤리적으로 소비하자는 거다. 동시에 여자연예인들은 그냥 뭔 잘못을 하건 왠만하면 그냥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넘어가거나 좀 더 관대하게 행동을 해석해보도록 하자. 물론 그게 어떤(멍청하고 안이한) 사람들에게는 일견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고민을 해본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유일하게 말이 되는 방법이다. 게다가 어차피 지금 이 글을 읽는 소수의 사람들이 여자연예인들(더 나아가서 여성정치인들, 여성기업인들)에게 더 관대해진다고 해도 그것보다 훨씬 강도높고 가혹하게 여자들을 끌어내릴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게 대중이고(김보름, 김예원, 이태임 등) 현재의 사회이니 자기들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지말고 그냥 하라는대로 해라. 


와 근데 제프리탬버 얘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이럿케 새버렷네...


제이슨 베이트먼Jason Bateman - 얘가 가장 앞장서서 아가리를 열심히 털었다. 와 진짜 씨발 배신감... 그 중에 인제 제프리 탬버마냥 폭언으로 윽박지르는 게 흔히 있는 일인 것처럼 얘기했다는 것이 가장 빡치는 부분이엇다. 계속 그럴 의도는 없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제시카 월터님을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말이었다. 제시카 월터님은 그에 대해 자기가 60년 가까이 연기생활했는데 그 정도로 심한 일은 처음이었다고 반박하셨다. 자기보다 연예인 생활을 몇 십년은 더 많이 한 대선배한테 좆스플레인을 하긴 왜 하냐고 씨발. 뒤늦게 자기 트위터에 사과문을 올리긴 했지만 좆까라고 하고 싶다. 정말 인간이 그러는 거 아니다. 


그외 떨거지들 말고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크로스David Cross만 - 얘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짜증나지만 예전에 샬린 이Charlyne Yi라는 중국계 여성 연예인을 처음 만났을 때 다짜고짜 허름한 바지를 놀리고 그걸 들은 샬린 이가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못 하자 '영어를 못 하는거야? 칭총칭총~ 왜 카라테로 한 번 붙자고?' 등등의 인종차별적인 괴롭힘을 가했다고 한다. 샬린 이씨가 이것을 미투운동이 한창이던 시점에 이야기하자 데이비드 크로스는 진짜 사과라기보다는 변명을 하며 샬린 이를 농담도 모르는 인간으로 슬슬 몰아가려 애를 썼다. 그니까 말하자면 본인은 무대에서 하듯이 인종차별자 흉내를 낸 거고 지도 그 때는 알아들은 거 같았는데 아니었나보네 유감~ 정도. 


근데 그런 농담을 무대가 아닌 곳에서 개인 대 개인으로 할 때는 듣는 사람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확신이 있고나야 하는 거지 나이도 깨나 쳐먹은 시점에 20대 초반 아시안계 여성을 처음 만나자마자 옷차림을 놀리고 '영어 못하냐 칭총칭총' 지랄을 떨어놓고선 농담으로 받아들이길 기대했다는 거 자체가 성희롱하고 변명하는 개저씨 논리라서 하나도 설득력이 없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냥 장난'이었다고 쳐줘도 그럼 본인이 그만큼 감떨어지고 멍청하고 본인 직업인 코미디언으로서 실격이라고 자랑하는 거지 뭔가. 명석하다 신랄하다 이런 평가를 받아왔던게 다 무색해지는 거고. AD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인터뷰를 하는 최근에도 또 자기를 비판한 인간들을 불편러 취급 멍청한 사람 취급하려고 애를 쓰는 것을 보고 진짜 답이 없다 느꼈다. 



어쨌든 제시카 월터님과 앨리아 쇼컷, 포르샤 드 로시, 그리고 주디 그리어까지 껴서 AD의 여성캐스트들은 계속 응원하고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제시카 월터님은 Archer라는 골때리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에도 나오시는데 아처에서의 캐릭터가 루실 블루스랑 비슷한 데가 있다=존나 웃기다는 뜻. 앨리아 쇼컷님은 드류베리모어가 만든 완전 여배우들 위주에 유쾌한 롤러스케이트 영화 'Whip It'에도 나오셨었고 지금은 Search Party라는 매우 젊고 재밌는 드라마 시리즈에 주연으로 출연 중이신데 보는 것 추천한다. 포르샤 드 로시님은 솔직히 AD 이후에 커밍아웃하시고 엘렌 페이지님이랑 결혼했다는 것 밖에 몰랐는데 최근에 드류 베리모어님이 주연으로 나오는 특이한 좀비 시트콤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Santa Clarita Diet에 카메오 느낌으로 출연하셔서 매우 물개박수로 환영을 했다. 산타 클라리타 다이어트는 1시즌은 무난하게 재밌었다면 2시즌은 비약적으로 매우 재밌어져서 볼만했다. 추천드린다. 티모씨 올리펀트가 Justified에서 카우보이 모자 쓰고 폼잡는 것만 보다가 드류배리모어의 충실한 남편이자 허당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되게 웃기다. 주디 그리어님은 Archer에 제시카 월터님이랑 같이 꾸준히 목소리 연기를 보태셨는데 그 외에는 거의 다 단역 위주로 여러군데 나오시는 성향의 배우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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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투명 유리창 디스플레이 수준인 디나이얼 게이인 토바이어스 퓽케가 린지블루스랑 결혼해서 인공수정을 통해 애를 낳는 상황이고 핏물로 가득 찬 욕조 속에서 기합을 내지르는 린지 블루스의 모습과 미소를 머금고 셀카를 찍고 자빠진 남편 토바이어스의 표정 대조가 웃기다.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을 산산히 조각내고 조롱하는 AD의 주된 정서를 잘 반영하기도 하고 블로그 방문자들을 놀래키려는 의도도 있는 이미지 선정이엇다. '아~ 자신들의 정체성을 내비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이성과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야하는 불쌍한 게이들~' 이런 생각은 적어도 그 게이들이 목표로 삼는 이성애자 여성들은 안 하셔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출연남배우들한테 비위가 팍 상해부러서 블로그 프로필 이미지도 바꿀 예정... 

Posted by 쟁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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