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미니즘은 사회정의에 관한 것이지 '나 좀 봐줘 나 개념남이야 난 여성을 위하는 남자야'라고 말하기 위해서 주창하는 것이 아니다. 


 트위터 페미니스트 여성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 같은 여혐사회에서는 남자가 의식적으로 자신의 여혐을 조심하고 돌아보고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여성들 입장에서는 사람이 달라보인다고 이 점에서 한국남자들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것 같다고 말씀들 하신다. 그렇다! 기본 사람 구실만 해도 대다수의 한남들과 차별화되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엔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에서 불공평한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공평하게 바꾸느냐에 대한 이야기이지 인정을 받겠다는 욕구와 연관시키면 인정욕구가 좌절되거나 여자들이 너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너의 구애를 거절하거나 할 때 몇몇 진보씹치들처럼 아가리로 페미니스트 행세하다가 여성에게 데이트 폭력을 가하는 등 누구보다 적극적인 여성혐오자임이 드러날 수 있다. 똑같이 데이트폭력해도 자칭 페미 위선자새끼의 데이트폭력은 더 악독한게 주변인들이 '그럴 애가 아닌데~' 이지랄하면서 재수없게 실눈 뜨고 피해자를 재단하고 가해자를 옹호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페미니즘은 기득권을 가진 남성들이 여성들을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도와주라는 사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생각하는 태도를 '시혜적'이라고 한다. 시혜적인 태도로 페미니스트를 자청하다보니 '내가 이렇게까지 페미니즘을 알고 깨어있는데 날 인정안해주네,' '고마워할줄 모르는 여자네,'하다가 '좆같은 년 죽여버려'로 바뀌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문명인으로서 배우고 성숙하는 기회로 삼고 인정욕구는 내려놓도록 하자. 솔직히 남자가 페미니즘하는게 무슨 존나 어렵고 핍박의 길이면 모를까, 같은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는 것도 남성들이 하는 편이 여성들이 하는 경우보다 훨씬 쉽고 안전한데 이걸 생색내는거는 좀 아닌 것 같다.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한다. 여성들은 페미니즘은 커녕 성폭행 성추행 좀 하지마라, 몰카 좀 찍지말고 돌려보지 말라는 얘기만 해도 메갈소리 듣지만 이를테면 진중권 같이 누구나 남성인 것을 아는 인물은 "내가 메갈리안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써도 메갈 소리 안 듣더라 ㅋㅋㅋㅋ



2. 페미니즘이 실현될 때 혹은 여성의 안전과 관련되는 상황에서 임시적이든 영구적이든 니가 겪을 불편과 불이익은 당연한 것이다. 의연하게 받아들여라. 


 페미니즘을 정말로 이해한거라면 당연한 부분이다. 여성이 부당대우를 받을 때 남성들은 그것에서 수혜를 받아왔다. 여성 성폭력/살인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남성들이 거꾸로 여성들에게 쳐맞고 죽어야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임금 차별이나 승진 차별 같은 경제적 차별을 예로 들면 쉽게 말해서 너네보다 잘난 여성들이 너네보다 돈을 적게 받고 너네보다 잘난 여성들을 제치고 너네가 승진하는 식이었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잡히길 원한다는 것은, 세상에 널려있는 너희보다 잘난 여성들이 너에 앞서 승진하고 너보다 돈을 훨씬 많이 받고 더 많은 권한을 갖는 상황을 받아들일줄 알아야한다는 뜻이다. 평등한 상황에 대한 가정과 상상 없이 맹목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죠~ 여성들을 존중해요~라고 말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왜냐면 정작 너희를 부려 마땅한 능력있는 여성이 너의 상관이 되었을 때 말로는 존중한다면서 여상관의 리더십에 교묘히 태클을 걸고 흠집을 내는 무의식적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남자들이 많은데 적어도 걔네는 아가리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지 않겠지...


 또한 지하철에서 짧은 하의를 입은 여성분이 가방으로 후방을 가리거나 인적 드문 밤거리에 앞에 가는 여성분이 너를 피하는 눈치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먼저 보내드리거나 해라. 니가 얼마나 결백하고 안전한 게다가 '페미니즘'까지 하는 깨어있는 남자인지를 그 상황에 어필하려고도 하지말고 잠깐의 불편을 억울해하지도 마라.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거 같아서 기분Kibun나쁘다고? 잠재적 피해자들인 여성들의 공포는 어떻겠나. 강남역 사건에서 살인범이 남자 6명을 살려보내고 일면식도 없던 여성을 노린 것, 그 후에도 불특정 다수라고 쓰고 여성만 표적삼은 혐오범죄가 연달아 터졌던 것을 감안하면 '여자라서 죽었다'는 말은 한남들이 유난떤다고 비꼴만한 프레이즈가 아닌 현실이다. 이번에 부산인가 대구인가 지하철에 여성전용칸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딱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런 임시방편을 써야할 만큼 심각한 지하철 몰카/성추행 실태를 안다면 일단 따르는게 맞다. 그런다고 나쁠 것 없지 않은가. 자기 기분Kibun의 우선순위를 여성들의 안전보다 낮추면 혹여 조금 미숙한 행정을 맞닥뜨리더라도 굳이 자지 덜렁거리며 여성전용칸에 자리 잡는 추한 인간군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요즘 미국 정치를 좀 더 조사하면서 느끼는건데 미국 역대 대선 후보 중 가장 유능한 대통령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좌우를 막론한 혐오에 맞서야 했던 것도 '여성이 남성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권력을 가지는 것'에 경기를 일으킨 경우 같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 혹은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은 소위 '진보' 쪽에 속하지만 버니샌더스 못잃어 힐러리가 되느니 차라리 트럼프가 되어버렸으면 좋겠어 이지랄을 하고 자빠졌었다. 흑인 남성(오바마)은 대통령으로 인정할지언정 여자가 대통령이 되는 꼴은 못보겠다고 투표를 하지 않거나 트럼프를 찍거나 질 스타인을 찍거나 한 거다. 그 지랄의 결과는 뭐 국내방송으로만 미국 소식을 접하는 인간들도 익히 알 거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애들이 자기들이 성차별자라는 점을 인정할까? 절대. 힐러리가 아니라 엘리자베스 워런이엇으면 찍었을거라는 둥 개소리나 지껄였지. 엘리자베스 워런은 힐러리보다 덜 유력하고 대권에서 멀었기 때문에 편리하게 들먹이기 좋은 여성 허수아비 같은 거였던 것일 뿐 진짜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힐러리에 대한 선호도도 언제나 선거 캠페인 중에는 가장 낮고 그의 패배 직후에는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성이 야심을 내보이고 권력을 거머쥐려고 하는 상황 자체를 생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그것을 인정하지는 않는 깝깝하고 좆같은 인간들이 트럼프라는 재앙을 만든 것이다. 나름대로 선진국인 미국도 그런데 대체 유구한 전통의 여혐민국 인간들이 무슨 오만으로 자기들이 성차별을 안한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한 번 페미니스트라고 나선 후에도 꾸준히 자신을 돌아보고 정신적으로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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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우리 사회는 안그래도 정신이 자라지 못한 맨베이비들이 많다. 성숙한 자아를 가진 페미니스트가 되고 어른 구실하자. 



++ 17.4.27 트위터를 열심히 하시는 남성 기고가 노정태 씨의 좋은 글("페미니즘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이 있어서 여기에 링크를 붙여본다. 

https://basil83.blogspot.kr/2016/12/blog-post_12.html


"페미니즘을 공부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구체적인 여성의 경험들을 엮어 만들어낸 다양한 사고 체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을 뜻한다. 남자가 경험하는 세상과 여자가 살아야 하는 세상은, 때로는 흡사하겠지만 많은 경우 심각하게 다르다. 그러니, 남자들이 여자들의 말을 무시해 왔다는 것을 이해하지도 납득하지도 못하는 남자는, 페미니즘을 공부할 수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Posted by 쟁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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