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님 방송을 통해 알게된 한 남성 오버워치 스트리머가 있었다. 건배님 방송에서 유입된 (대부분 여성인) 시청자들의 예쁨을 받으며 방송을 하다가 어느날 자신은 '중립'(하이고야...)을 지키고 싶다며 '일반인 시청자'(기존 시청자들은 비정상이라도 된다는 것인지...)들도 수용하기 위해서 채팅창에 '한남' 같은 미러링 언어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고 했다. '중립'이나 '일반인 시청자' 같은 안이하고 칠칠맞지 못한 워딩은 그전까지 조금씩 있었던 채팅규제를 미심쩍어하면서 받아들이던 시청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실망을 안겨주었고 후의 피드백으로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던 그는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며 작별을 고했다. 

 채팅룰이야 방송하는 사람의 재량에 따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러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시는 분들은 수위가 높은 표현도 자주 쓰시고 아재체도 진짜 토나오고 징그럽게 잘 구현하시니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미성년자이고 나름 순수청년(?)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스트리머가 그냥 보기 거북하다거나 방송 내용과 동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만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으면 나도 동의했을 것 같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그 스트리머가 이런 저런 단어를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그전에 얘기한 것들은 지켜주었다. 

 그러나 위에서 얘기했듯이 그 스트리머는 문제가 된 방송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고 자신의 스탠스를 '중립'으로 설정하는가 하면 '일반인 시청자'(라고 쓰고 남성 시청자라고 읽는다)들의 유입을 위해서라는 둥의 말을 함으로써 자신의 뒤떨어진 젠더의식을 스스로 커밍아웃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도 그 스트리머를 예뻐하며 봤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그가 한 말이 얼마나 멍청한 말이었으며 왜 기존 시청자들이 그 말에 큰 상처를 받았는지 최대한 쉬운 말로 설명하려고 주절주절 긴 글을 썼다. 영상도 다 삭제되어서 그 글도 사라졌지만 따로 저장해놓은 것을 다시 읽어보니 페미니스트 남자가 가장 열심히 해야하는 일 = 개념없는 남성들을 단속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에 알맞는 글 같아서 여기에 다시 올려본다. 물론 스트리머가 아닌 일반인 게이머로 돌아간 그의 뜻을 존중해 닉네임은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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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24 추가

좀 어이없지만 이 스트리머("pablo님")는 유튜브 방송을 다시 시작했으며, 다른 시청자들에 의하면 이미 트위치로 방송을 시도했었다고 한다. 최소한의 염치는 있는줄 알았는데 그냥 별 생각 없이 '재밌어서 방송하는거임'이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 이런 장문의 댓글을 썼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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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는 취업준비 중인 남성 시청자입니다. ㅇㅇ님이 장문의 메시지들을 읽고 계시련가 모르겠지만 어쨌든 며칠 안되는 방송을 챙겨보면서 ㅇㅇ님 방송을 재밌게 봤고 인간적인 호감이 생겼고 더 좋은 사회를 바라는 시민 중 한명으로서 아직 청소년이신 ㅇㅇ님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을 써봅니다. 위에서 제가 남성이라고 밝힌 이유는 모든 남성이 '한남'이니 '재기'니 하는 미러링 언어에 기분 나빠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ㅇㅇ님께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오히려 여성들이 처한 불평등한 현실을 안다면 남성들은 여혐을 비추는 미러링 언어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하고 여성분들이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해소시키는 적절한 해방구 역할이라고 이해하고 웃어넘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이해하기 시작하면 웃음을 멈추기 힘든 진정한 유우머죠.) 밑에 좀 더 자세하게 주절주절 얘기해보겠습니다. 


 오늘 방송에서 ㅇㅇ님이 중립을 지키겠다는 말이나 '일반 사람'들도 들어오는 방송을 만들고 싶으므로 미러링 언어를 쓰지말아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셔서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애청자들에게 실망을 주셨습니다. 그 실망은 ㅇㅇ님이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일반 남자'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셔서이기 때문일겁니다. 아마도 ㅇㅇ님이 말씀하신 '일반 사람'이란 남성 시청자들을 말하겠지요. 그러나 ㅇㅇ님 본인을 포함한 한국의 '일반 남자'들이란 사회에 존재해온 여성차별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표면적인 남녀간 갈등에 대해서만 기계적으로 '싸우지 마세요,' '중립을 지킬게요,' '누구의 편도 들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는 ㅇㅇ님이 말하는 '일반 사람'이 되길 거부하겠습니다.  


 한 번 철수라는 남자애가 영희라는 여자애를 일방적이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상황을 그려보세요. 철수는 자신보다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영희를 때리기도하고 김치년이라고 놀리기도하고 영희가 안한 일도 영희탓이라며 타박하고 영희의 돈도 뺏는 등 영희를 물리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괴롭힙니다. 영희가 하지말아달라고 부탁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구요. 그러던 어느날 영희가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그만하라고 이 좆같은 한남충새끼야!" 라고 소리치면서 맞섭니다. 그러자 옆에 누워서 영희가 괴롭힘 당하는 것을 지켜만 보던 종민이가, "아 왜 싸우는데? 철수, 영희, 너희 둘다 그만 좀 해! 그리고 영희 너는 왜 모든 남자를 싸잡아서 그렇게 얘기해? 나도 남자니까 불편하거든?" 이러면서 싸움에 개입합니다. 여기서 종민이는 영희를 직접적으로 괴롭히지 않았으니 잘못이 없는 걸까요? 종민이를 진정한 의미의 중립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냥 게으르고 비겁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제대로 맞서기 시작한 영희를 싸잡아서 지적함으로서 영희를 일방적으로 괴롭혀온 철수의 편을 들었다고 보는 편이 맞죠. 


 이 이야기에서의 철수는 여성을 차별하는 한국사회이고, 종민이는 이른바 한국에서 중립을 외치는 '일반 남자 사람'들입니다. 영희는 메갈이라는 무기를 꺼내든 한국 여자들이고요. 먼저 철수가 어떻게 영희를 괴롭혔는지, 한국사회와 한국남자들이 어떻게 여성들을 차별하고 혐오해왔는지부터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단군할아버지가 고조선을 세웠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의 역사에서 여자들이 차별받지 않았던 때는 없을겁니다. 몇천년간 사람 취급도 못받다가 그나마 서양의 민주주의가 도입되면서 여성들도 투표권을 얻는 등의 여권 신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직업적으로 남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임산부가 여자애를 가지면 일부러 낙태시키는 이른바 '남아선호현상'은 교과서에서 들어보셨겠죠? 가문의 대를 잇는 것은 남자애라는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생각과 태아의 성별을 감별할 수 있는 현대기술이 결합해서 생겨났던 현상이죠. 여아낙태현상이 아닌 '남아선호현상'으로 이름지어진 것 또한 굉장히 역겹다는 것을 지적 안하고 지나갈 수 없겠습니다. 아무튼 태아 성감별 낙태는 자연스러운 남녀 비율을 깨뜨릴 만큼 엄청나게 유행했고 특히 제가 태어난 90년에는 백말띠 여자가 기가 세다며 여자애들을 하도 낙태시켜서 남녀성비가 116:100까지 벌어지는 일이 있었죠. 그래놓고 이제와서 그 불합리한 이유로 낙태된 여자 아기들이나 자신의 의지에 반해 낙태를 해야했던 어머니들에 대해서 말하는게 아니라 여자가 적으니까 남자들이 연애 못하고 결혼을 못한다면서 징징 짜고 자빠져있는게 '일반 남자'들이란 말입니다. 이런 '일반 남자'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같은 남자지만 정말 징그럽게 싫습니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남자랑 똑같은 일을 해도 더 적은 돈을 받고 승진 기회를 뺏기는 등의 경제적인 차별도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남녀 임금 격차가 조사를 시작한 2000년부터 15년 동안 부동의 1등을 차지했다고 하지요. 이러한 직업적인 불평등을 고치기 위해서 최소한 이정도의 여성은 채용하도록 하라는 식의 법을 만드니 이건 남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면서 불만을 표시하는 등 역시나 자기들만 생각하는 편협한 남자들이 많더군요.(사실 제 사촌동생놈도...) 이런 '일반 남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정말 자기 밖에 모르는 개새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한국은 그래도 치안이 좋은 편이라고들 말하죠? 밤거리에 혼자 다녀도 별 일 생기지 않는다면서요. 아마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거짓말 안하고 전부 다 남자들일겁니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치안후진국에 속하거든요. 여자들은 혼자서 골목을 걸을 때나 택시를 탈 때도 항상 긴장하면서 살고 있고 또 혼자 사는 여성들은 택배도 맘편히 못 받는다고 합니다. 어떤 인간이 택배기사를 가장해 해꼬지를 할지 모르니까요. '일반 남자'들이 여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외면하고 한국의 치안이 좋다는 팔자 좋은 소리를 하고 있을 때 여성들은 언제나 어떤 남자가 자길 성추행하거나 죽이거나 납치하거나 강간하지 않을까 걱정해야하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16.10.30자 잔혹 동화 불안한 나라의 앨리스 편 시청 추천)


 거기에다 인터넷이 생긴 역사 이래 인터넷을 하는 '일반 남자'들은 된장녀/김치녀/김여사/맘충/보전깨(보지에 전구를 넣고 깨버려야 해)/삼일한(여자들은 삼 일에 한 번씩 패줘야 말을 잘듣는다)/자박꼼(여자들 자지 박으면 꼼짝 못해) 등의 셀 수도 없이 많은 여성 비하어들을 만들고 날조와 왜곡까지 해가면서 한국 여성들에 대한 악의적인 편견을 퍼뜨리고 욕해왔습니다. 된장녀의 경우에는 여성들이 자기 돈으로 갖고 싶은 것 사는 것도 사치라고 욕하기 위해 만든 말이구요. 김치녀는 한국여자들이 돈을 밝힌다는 근거없는 편견을 퍼뜨리기 위해 쓰는 말이고요. 맘충이라는 말은 애키우는 엄마들을 벌레에 비유하는 말이죠. 우리나라는 아내와 남편이 똑같이 일을 하는 맞벌이부부도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애 키우는 시간을 2.5배 할애하는 등(집안일 시간은 굳이 말안해도 알겠죠?) 엄마들이 육아를 도맡아서 하고 아빠들은 육아책임을 제대로 안지고 있는데 엄마들에게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싸잡아서 비하나 하는게 '일반 남자'들이었단 말입니다. 절대로 일베 같은 극단적인 곳만 그런 것도 아니고 오늘의 유머/루리웹/디시/싸줄/인벤 등등의 '일반적인' 사이트들도 여성혐오를 스포츠처럼 즐겨왔다는 것을 인터넷 눈팅 선배인 제가 직접 보고 말씀드립니다. ㅇㅇ님도 아예 본적 없다고는 말씀 못하시겠죠. 


 그러한 유서깊은 여성차별과 여성혐오가 배경에 있었고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없었기 때문에 참다참다 못한 여성들이 2015년에 '여자 일베'라고도 불리는 메갈리안이라는 사이트를 만들고 ㅇㅇ님이 불편해하시는 '한남충,' '씹치남', '재기해' 등등의 미러링 언어를 만들고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러링(mirroring) 언어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사실 이런 언어는 뜬금없이 나온게 아니라 '김치년' 등의 여성 비하어를 거울에 비추듯 성별만 바꾼 일종의 패러디/풍자입니다. 남자들 너네도 여성혐오의 불합리성과 폭력성을 느껴보라는 의미로요. 건배님이 ㅇㅇ님에게 붙여준 'ㅁㅁ남'이라는 별명도 미러링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아셨나요? 유독 여자들이 뭐만하면 '개똥녀', '월드컵 응원녀'라고 이름붙이면서 성별을 들먹이고 마녀사냥하거나 상품처럼 품평하고 소비해온 방식에 대해서 여성들이 대항하기 위해 시작한 미러링이예요. 거짓말 안하고 메갈 이전에는 '~~남'이라는 말을 거의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온갖 '~~녀'들만 욕먹고 신상털리고 성희롱 당하고 죽어나갔죠. 


 어떻게 보면 저도 메갈을 접하지 않았다면 ㅇㅇ님과 똑같이 성차별에 무감각한 채 남한테 해만 안끼치면 된다 생각하면서 '중립'을 지키는 멍청이로 계속 살았을 겁니다. 운좋게도 메갈 분들의 미러링을 접하고 성차별에 대해서 완전히 눈을 뜨게 된 경우죠. 살아있는 증거인 저 말고도 많은 남자들에게 각성의 계기가 되었겠지만 남자들의 각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분들 스스로 여성혐오에 대해서 깨닫고 여성혐오를 거부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전엔 여성들 스스로 '여자는 고분고분해야지', '여자는 외모를 잘 관리해야지' 등의 성차별적인 생각을 가지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고 자라서 배운게 노예로서 생활하는 것 뿐이라 노예로 사는게 더 편하다며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노예들과 비슷한거죠. 그랬던 여성들의 생각을 메갈리안들이 깨부숴주면서 많은 여성들이 정신적인 자유를 얻었다고들 합니다. 여성들의 해방구가 되어준 것이죠. 


 다시 철수 영희 종민이 얘기로 돌아가봅시다. 철수는 영희를 존나 다각도로 말로도 괴롭히고 돈도 뺏고 때렸다고도 했죠. 그걸 참다 못한 영희가 철수에게 '한남충새끼' 같은 말로 반격을 했다고 했구요. 메갈리안의 탄생과 각종 미러링 언어가 바로 영희의 반격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영희도 사람이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분노를 표출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희가 철수를 때리거나, 돈을 뺏거나 했나요? 그냥 "한남충새끼"라고 소리만 질렀을 뿐입니다. 메갈리안의 미러링을 어떻게 악마화하고 과장해도 결국엔 말 뿐이라는 중요한 사실이 여기에서 드러납니다. 언어적인 차원을 넘어서 경제적인 차별/직업적인 차별/성희롱/성폭행 등 셀 수도 없는 것들을 당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중립을 말하면서 남자들을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도 멍청한 소리고요. 여까지 읽으셨으면 시청자분들의 깊은 실망감을 이해할 수 있으시려나요? 


 제가 아는 모든 여성차별의 유형들과 굵직굵직한 사건들까지 다 말씀드리고 싶지만 이정도로 줄이도록 할게요. 명심하셔야하는 것은 여성차별이 존재하는 한 여성은 아무리 본인의 능력이 뛰어나든 재산이 많든간에 여성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고요. 남성들은 자기가 직접 여성을 차별하던가/시스템적인 여성차별에서 반사이익을 얻거나 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어요. 위에 말한 여성차별 내용에서 유추해보시면 무슨 이익을 얻는지 아실 수 있을텐데요. 예를 들면 능력 있는 여성들이 승진 기회를 박탈 당할 때 그 자리를 꿰차는 한남이 있을테고요. 여성들이 똑같은 일을 하고도 돈을 적게 받는다는 소리는 거꾸로 말하면 남성들은 똑같은 일을 하고도 돈을 더 받는 개꿀을 빨고 있다는 뜻이죠. 나는 직업도 돈도 없고 집도 없다? 똑같이 쥐뿔 없어도 남자들이 유리해요. 여자들은 노숙조차 맘대로 할 수 없어요. 밖에서 여자가 혼자 잠을 잤다가 무슨 일을 당할줄 알고요. 그래서 여성 홈리스들은 PC방 찜질방 등을 전전하면서 살아야하고 노숙인들에게 주어지는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해요. 남자들은 막말로 아무데나 다리 뻗으면 그게 잠자리죠. 이런 상황엔 누구에게도 '중립'을 선언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여성차별로 득을 볼 수 밖에 없는 남성들이 그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페미니스트가 돼서 여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맞서고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고요. 물론 자기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것이 최우선이예요. 


 사실 ㅇㅇ님이 미성년자라고 하셔서 약간 우려스러운 마음에 채팅을 더 열심히 봤는데 역시 여성분들은 알아서 수위를 잘 조절하시더라고요. 그런데 ㅇㅇ님은 겨우 한남 같은 기초단어(?)에 버튼이 눌리셨을줄 솔직히 꿈에도 생각치 못했습니다 ㅋㅋ... 물론 ㅇㅇ님은 나이도 어리고 여성차별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으신 것도 아닐테니 위에 장황하게 써놓은 구구절절한 것들을 모르실 순 있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여성들에게 차별이란 절대로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는 반면에 ㅇㅇ님이나 저는 어찌됐든 생물학적으로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차별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른척 해도 살아가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거든요. 그러나 그 '몰라도 되는 것'마저도 남성이라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약 5일 정도 여성분들의 예쁨을 듬뿍 받으며 방송을 하신 것을 인연삼아 여성차별에 대해서 공부하신다면 저는 더 바랄게 없어요. 


 그리고 시청자분들의 싸늘한 반응은 그만큼 ㅇㅇ님이 본인의 분수에 맞지않은 예쁨을 받았기 때문으로 이해하시면 될 거 같아요. ㅇㅇ님은 보통 일반 남자 BJ 또는 스트리머들과 다를 바 없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청자분들은 '그래도 너는 좀 다르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ㅇㅇ님에게 투영하고 ㅇㅇ님을 예뻐해주신 거니까요. ㅇㅇ님 얼굴에 페미니스트라고 씌여져있던 것도 아니니 그런 오해와 실망감까지 ㅇㅇ님 잘못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식한게 자랑은 아니잖아요 ㅋㅋ.. 공부하고 깨우치고 누님들에게 다시 예쁨 받는 게 가장 바람직한 해피엔딩이라고 봐요. 더 물어볼게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 오버워치에 대해서 안써서 덧붙였던 것.


그냥 쭉쭉 써놓고 보니 빠뜨린게 생각나는데 ㅇㅇ님 잘하는 오버워치도 그렇죠. 한남들 여자목소리가 들렸다하면 여잔데 잘한다~(절대로 칭찬 아님) 귀엽다 사귀고 싶다는 둥의 헛소리하고 성희롱하고 게임 안풀리면 여자타령하면서 정치질하잖아요. 더욱 가관인건 강한자에게는 약하고 약한자에게는 강한 비열한 습성이예요. 어제자 건배님 방송을 다시보기하시면 아시겠지만 솔큐 돌리실 땐 한남새끼들 조온나 시비까고 정치질 시전하는데 개념남 컵떡볶이님을 포함한 남자 두 명을 끼고 다인큐 돌리면 찍소리도 안해요. 그러고 나서 파티 깨고 솔큐를 돌리니까 전판에 찍소리 않던 놈이 귀신같이 건배님에게 보이스로 시비털더라니까요? 여자 혼자는 만만하게 보고 남자랑 같이 있으면 아무리 건배님이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도 시비를 못거는 거예요. 이런 비열한 새끼들이 소수가 아니라 남자들 대다수가 그래요. 저는 실버를 헤매는 솔큐러지만 보이스는 자주 하는데 가끔 처음 듣는 여성 목소리랑 제 목소리 이렇게 오더하다가 게임 지면 거의 99퍼센트 '씨발년 존나 못하네' 이런 채팅 올라와요. 무조건 욕을 한다는게 아니라 욕을 한다면 그 욕은 99퍼센트 여자분을 향한다는 뜻이예요. 그거보고 제가 뭐라고 하면 남친이냐 보빨이냐 소리듣고요. 그런 비겁하고 야비한 짓꺼리를 지적하는 건 이성을 가진 모든 사람이 해야하는 것이지 남친이어서 혹은 친해지고 싶을 때만 하는게 아니잖아요. 근데도 대다수 남자들의 사고방식이 그렇다는게 또 심각한거예요. 또한 건배님은 가만 있다가 시비를 걸려서 싸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꼭 먼저 시비건 남자에 대해선 얘기 안하다가 꼭 '왜 싸워요?'하면서 중립인 척 하는 개새끼들도 존나 많다는게 문제예요. 중립 좋아하시는 분한테 이렇게 말하면 좀 죄송한데 제 눈엔 똑같이 야비하고 비겁한 개새끼들이예요. 이렇게 한심한게 한국 남자들의 평균 수준이라면 진짜 나는 한국남자하기 싫어요. 싫어도 부정할 수 없는 한남들의 현실이니까 이런 행태에 대한 비난도 당연히 수긍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여성게이머들이 이런 남자들이 너무 많아서 보톡을 사용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하고 남자랑 듀오하면 이런일이 확 줄어든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면 이건 너무 명백하게 남성들의 일방적인 여성혐오잖아요. 개인과 개인간의 사소한 다툼이 아니라요. ㅇㅇ님은 왜 허구헌날 보톡에서 남자들 목소리만 들리는지 생각해보셨어여? 보이스 안들어오는 저 사람은 시달리다 지친 여자분일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시냐고요. 왜 따지는 말투가 된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제 생각은 그래요. 아마 건배님이 과격하게 한남들과 투닥대는 방송이 당장에는 남혐방송이니 메갈방송이니 욕먹을지도 몰라요. ㅇㅇ님도 건배님에게 적대감을 갖거나 하진 않으시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신다는 것을 입장표명으로 알게되었고요. 하지만 건배님의 싸움법을 다른 여성분들도 배우고 남자들 사이에도 건배님의 싸움이 화제가 되고 알려지면 제 생각에는 남자새끼들이 게임에서 여자 한 명이라고 얕보고 시비터는 일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남자들이 여자들 때문에 두려움에 보이스를 사용 못하거나 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괜히 건드렸다가 귀찮아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겠죠. 그래서 건배님을 더욱 지지하는 것이고요. 아마 남녀차별 말고도 모든게 그럴거예요. 안중근이 총을 쏜 것이나 윤봉길이 도시락 폭탄을 던진 폭력적인 행위도 일제의 폭압과 식민통치라는 맥락 아래에서는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일컬어지고 저 사람들은 위인으로 기려지고 있잖아요? 이 사람들보고 일본인 혐오자들이라고 비판하는 사람 있어요? 아무도 없어요. 마찬가지로 건배님의 방송 또한 근본적으로 여성혐오에 대한 저항이기에 남혐방송이라는 말은 이치에 맞질 않는다고 생각해요. 당장의 외적인 갈등만 보고 재단하려하지말고 근본적인 문제를 볼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Posted by 쟁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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