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서 말할 때 젊은 남자새끼들이 자기 여자친구나 애인의 이름을 태그하며 '넌 내가 지켜줄게'라고 말하는 꼴을 페이스북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매우 멍청하고 오만한 짓꺼리다. 

 

1. 일단 비현실적이다. 그 여성분은 너 말고도 세상의 반에 해당하는 남자들을 어디서든 맞닥뜨려야한다. 너랑 24시간 365일 붙어있을 수 없다. 진짜로 그렇게 붙어있겠다면 그건 구속이며 또 다른 권력을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여성 대상 범죄는 다시 말하면 "남성의 폭력male violence"이고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수단 중 하나이다. 니가 자지 달고 태어났으면 너도 문제의 일부분이며 억압하는 쪽에 속한다. 다른 남자들로부터 같은 남자인 내가 열등한 너를 보호해주겠다는 말은 젠더위계를 재확인하는 말에 불과하다. 남성 개인이 이런 문제에 반응하려면 무엇보다 시스템적인 여성억압을 인지하고, 나는 어떤 짓을 했는지 반성해야하며, 여성억압을 해소하려 맞서 싸우는 페미니스트분들을 지지하는 것이 순리이다. 여성 분이 혼자서도 주체적으로 살아도 안전할 수 있게 만드는게 더 낫지 않겠냐? 이걸 보고 뭐 그럼 밤에 데려다주고 이런거 하지말라는거냐 이지랄할꺼면 진짜로 뺨 가져와 쎄게 후려주게... 

 

2. 물론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개인이지만, 남성만이 성폭력/데이트폭력을 압도적으로 저지르는 현상을 만드는 요인들은 사회에 다양한 층위로 산재해있다. 여자의 no는 yes라는 식의 엉터리 레토릭이 퍼져있기도 하고(야동을 보면서 야메떼는 기모찌랑 다르면서 같은 말이라고 인식한다) 여성들의 잘못은 크게 과장되는 동시에 남성들의 잘못은 축소되고 은폐되고 용인된다. 

 상식적으로 여성이 임금을 덜 받으므로 자연스럽게 소비할 수 있는 돈도 적은데, 여성들의 소비는 사치라고 욕하기 위해 된장녀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여성의 성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악랄하게 착취하는 성매매산업에 어마어마한 돈을 소비하고 각종 비싼 취미를 '아내 몰래' 한다며 역겹게 자기모에화를 시도하는 남성들이 만들어낸 말이라는 게 어이가 없는 부분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하는 서비스 직종들에게도 진상 1순위는 말할 것도 없이 아저씨들인데 여성의 진상은 과장되고 쉽게 일반화된다. 여성이 육아를 혼자 떠맡아야하는 상황에서+어느 정도 시끄러움과 소동을 몰고다닐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을 함께 묶어서 혐오하는 '맘충'이라는 말이 만들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성혐오 컨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해온 남성 게이머들의 유구한 역사와 현재는 지워지고 여혐에 대항하는 갓건배의 '남혐(개념으로만 존재한다. 현실에 남혐없음.)" 컨텐츠만 문제시되고 악마화되기도 한다. 갓건배에 대한 살해협박과 생중계는 5만원의 범칙금에 불과했으나 여성이 한남충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모욕죄로 인정되어 30만원의 벌금(범칙금과 다름)이 부과되엇다는 것은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남성교사가 여학생을 강간하거나 성추행하거나, 심지어 몰카를 찍는 등의 경우가 훨씬 다양하고 많았는데 제대로 처벌하지 않거나 문제시하지 않고 육아휴직으로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하다가 이번에 여성교사가 남학생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니 교육청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여느때보다 엄중한 징계를 때린다. 

 거기에 판사들도 대부분 남성들인데다가 데이트폭력/성폭력 등을 매우 가볍게 여겨 판결도 그에 맞게 솜방망이로 내리는 경우가 많다. 강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판사도 있다는 얘기도 있고 몰카 찍다 걸린 판사도 있다는데 놀라운 이야기도 아니고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니다. 강간범으로 하여금 성폭행 피해자랑 결혼하게 만드는 것을 해결이랍시고 내놨을 만큼 예전부터 여성혐오를 유감없이 보였던 정부기관이 바로 법원이다. 반면 데이트폭력/가정폭력을 당하고 당하다 살기 위해서 정당방위로 남자 파트너를 죽인 여성들에게는 고의성 어쩌고 하면서 높은 형량을 매긴다. 역시 남자들이 대부분인 경찰에서 몇 번 출동했으나 별 조치 없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도 없이 넘어갔다는 등의 고질적인 문제들도 뒤늦게 드러나지만 바뀌는 것은 많지 않다. 이런거 진짜 일주일 넘게 얘기할 수 있는데 한도 끝도 없으니까 적당히 줄인다. (나는 남성폭력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이것들을 미디어로만 접하는 남자인데도 이렇게 생각나는게 많은데 여성들은 오죽하겠나?)

 

3. 데이트 폭력이나 강간, 살인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리는 여성혐오 범죄 등은 근본적으로 여성은 남성이 취해야 "마땅한" 성적인 대상물, 즉 말하는 섹스돌/임신기계 정도로 보는 것을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다. 연애상대나 결혼상대라도 마찬가지로 내가 박고 싶을 때는 무조건 박고 쌀 수 있어야하는 섹스돌이므로 섹스돌이 '하기 싫다'고 해도 들리지 않고 강간을 하고도 '좋았어? 거친 걸 좋아하나보네'라고 말하며 강간임을 인식하지도 않는다. (실제 거리에서 시비붙어서 싸우고 교도소에 수감 됐던 사람이 그린 만화에서 성범죄자 10명 중 10명은 자기가 진심으로 무죄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반성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성을 섹스돌로 보는 시점에서는 당장에 남자인 내가 느끼는 쾌감을 극대화하는게 최우선이고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콘돔을 끼는 가장 간편하고 부작용도 적은 피임법을 기피하는 것이다. 여성이 임신으로 정신건강 신체적 건강이 위협 당하고 커리어가 끊길 위험에 처하는 것이나 혹은 법이 여성을 임신기계로 보는 탓에 금지하는 낙태를 하는데 따르는 여러 리스크 등에도 관심이 없다. 여성이 콘돔 착용을 요구해도 일단 떼쓰면서 '밖에다 쌀게~'라고 말하며 강간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2014년 기준 여성들이 주로 하는 피임법을 보면 질외사정(61.2%), 생리주기 조절(20%), 남성 콘돔 착용(11%), 피임약 복용(10.1%) 등으로 질외사정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http://v.media.daum.net/v/20170918070108098) 콘돔 착용이라는 조건을 무시하면 강간이며 소위 '속도 위반 결혼'의 많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본인이 속도위반으로 훨씬 나이 어린 여성과 결혼했던 모 남자 랩퍼가 동료 뮤지션에게 이 방법으로 여성을 강제로 임신시켜 결혼하라며 부추긴 것(트위터 멘션)이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검색이 안돼서 이름은 안 밝히는게 낫겠다. 개씨발놈. 이렇게 저렇게 검색을 시도하면서 '어린 여자 임신시켰네 부럽다'는 한남들의 더러운 글을 많이 봐서 더 기분이 나쁘다.

 또한 섹스돌은 인권도 없고 주관도 없고 감정도 없기에 길 가는 섹스돌이 기분이 나쁘든 말든 위 아래로 훑어보면서 얼마나 꼴리게 생겼는지만 평가하면 된다. 섹스돌과 사무적이거나 공적인 관계를 맺더라도 섹스돌의 제 1 덕목은 나를 꼴리게하는지 여부이기 때문에, 선생님이든 직장 동료든 아나운서든 기상캐스터든 커피가게 알바든 중요하지 않다. 섹스돌이 너무 꼴리게 생기면 업무에 문제가 되므로 적당히 못생긴 불량품들하고만 일할 수 있다는 남자는 지금 청와대에서 뻐팅기면서 비판하는 여성신문에게 으름장을 놓는 등 개씨발 쳐패버리고 싶은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달콤한너의도시: “현혹되지 않는 외모의 직원을 선호한다는 얘기야?”

-대놓고나쁜남자(탁현민): “그런 직원이 훨씬 편해. 지방 공연 가서 나랑 같은 방을 써도 무방할 정도의 직원과 일하고 싶은 거야. 그 중에 예쁜 애가 있으면 어쨌든 신경이 쓰이니까 일에 다소 방해가 되겠지. 가능하면 그런 애는 아예 안 뽑아. 하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201944001#csidx8b2052cdf8c01029a94f938ac96aeac"

 

 

4. 어떤 '섹스돌'이 갖고 싶어 미치겠는데 도저히 현실적으로 내 발 밑에 떨어지지 않을 때, 섹스돌이 내 말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혹은 잘 쓰던 섹스돌이 나를 떠나간다면? 폭력을 저지르거나 섹스돌의 의지에 반해 강간을 저지르거나 혹은 염산을 얼굴에 뿌려 상품성을 떨어뜨리거나 심지어 죽여서 수명을 다하게 만드는 것도 정당화된다. 굳이 그 섹스돌 말고 다른 불특정 다수의 섹스돌에게 화풀이를 해도 된다. 2번에서 이야기했듯이 남성의 잘못은 축소되고 은폐되고 용인되는 분위기까지 받쳐주기 때문에 이런 비뚤어진 성적 권리의식(sexual entitlement)이 쉽게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데이트폭력과 살인은 트위터에 하루에도 몇 개씩 기사가 올라와서 뭐하나 꼽기도 뭐하다. 김진숙님이 요즘에 트위터로 여성억압을 주제로 매일 매일 사건사고를 묶어서 시를 지으시던데 굉장히 뭉클하면서 도움이 되니까 팔로우해봐라. 아무튼 이런 멘탈리티를 가지면 강남역 여혐살인범처럼 클럽년들이 내게 못되게 구네 어쩌네 인터넷에 열심히 글 올리다가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칼부림을 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여자들에게 거절받은 것을 원한으로 인터넷에 여성혐오 글을 열심히 올리다가 급기야 총기살인으로 승화시킨 씨발놈이 있었고 미국여성들 사이에 #yesallwomen 해시태그('모든 여자가 위험하다'라는 뜻으로 남자들이 여성대상범죄가 나올 때마다 자기변호를 위해 '모든 남자가 그런건 아니야-notallmen'라고 말하는 지겨운 짓거리를 비꼬는 의미도 담겨있다.)가 유행처럼 번졌던 경우가 있다. 일반화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며 우는 소리하는 한남들의 지랄에 한국여성들이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을 사용했던 것과 비슷하다. (http://edition.cnn.com/2014/05/26/us/yesallwomen-tweets/index.html) 그외에도 미국에 총기살인들은 대부분 가정폭력범들이 저지른다는 기사도 있었다. 

 

+++ 2017.11.01 추가

 
이 것은 Full Frontal의 Samantha Bee님께서 총기범죄와 가정폭력(데이트폭력)의 상관관계(모두 남자들이 저지르는)에 대해서 이야기하신 것이다. 보나마나 영상에 싫어요 존나 찍혔을거라고 생각햇는데 아니나다를까 3천 명의 억울충 남자들이 열심히 싫어요를 찍고 꿍시렁대는 리플을 열심히 달아놨다. 

5. 비교적 가벼운 여성혐오 행위(인터넷에 글 올리기)와 여성 상대 데이트폭력, 강간/여혐살인 등의 강력범죄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별개의 것이 아니다. 만약 니가 상황과 맥락에 부적절한 외모품평을 여성에게 한 적이 있다면, 개인적인 연애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인터넷에서 '김치년'들을 싸잡아 욕하고 '김치년들은 삼 일에 한 번씩 패줘야 말을 듣지~'라고 말하는 등의 여혐발언을 하는데 원동력으로 승화시킨 적이 있다면, 오타쿠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참피 학대 만화(사람 같고 말도 할 줄 아는데 매우 조그만 생물 '참피'가 주인공에게 '기어오르자' 주인공은 참피를 갖은 방법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성적으로 학대한다.)를 보면서 역겨움을 느끼는 대신 무비판적으로 소비한 적이 있다면, 위에 말한 강력범죄에 너도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행위는 간단해보일지라도 남자들 사이에 비슷한 여성혐오 사상을 퍼뜨리고 증폭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간안하고 여자 안때리는 것을 진심으로 자랑으로 여기고 그것만 안하면 여혐시비에서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것을 특히나 2D 로리로리 지랄하는 더러운 오타쿠새끼들에게서 많이 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여성대상범죄를 성토하는 글에 지 여자친구를 태깅하며 '넌 내가 지켜줄게~'라고 말하며 지가 존나 멋진 말을 했다고 자뻑하고 자기가 소유하는 섹스돌에게 섹스로 보답받을 생각을 하는 놈들도 많은데 그런 놈들도 진짜 자기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개차반 수준인거고 역시 여혐범죄에 책임이 있는거다. 니들 여자친구/애인/아내의 진정한 행복은 너의 보호행위에서 오는게 아니고 여성해방에서 올 것이므로 지금부터라도 반성하고 페미니스트 여성분들에게 조신하게 배우도록 하자... 

 

 

 

Posted by 쟁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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