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메모

2022. 3. 9. 20:00

이재명 윤석열(윤성녈)

1. 이재명 - 사회주의적이고 포퓰리스트 성향. 약간 실행력이 강해서인지 독재자끼가 보임. 두루뭉술하지 않고 실용을 중시하는 미덕은 있는 것 같다. 탈원전 같은 명백한 삽질은 물리겠다고 문재인 행정부에 이견을 제시하는 걸 봤던 것 같은데 소속한 당이 당이니만큼 잘 모르겠다. 

2. 윤석열 - 그냥 길 가다가 보이는 보통의 쉰내나는 틀딱 느낌이 물씬 풍기고 행정부의 수장을 맡기에는 행정이라든가 경제라든가 전반적으로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게 토론에서 역력히 드러남. 정치 외적인 것으로 여론에 의해 띄워올려지고 어느새 대선 후보가 되어버린 느낌(물론 문재인도 그랬던 거 같음)? 얘를 뽑는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얘를 보고 뽑겠다는 것이라기 보다는 민주당 집권 동안 경제 부문에서 삽질해놓은 거를 국힘이 복구시키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안철수와 막판에 단일화를 한 것도 안철수의 정책과 비전을 높이 샀기 때문에 플러스였다. 윤정권에서 안철수가 어느 정도의 비중을 가질지는 미지수라는 점에서 좀 미심쩍기는 하다. 

3. 여가부 폐지로 대표되는 '성별 갈등' 양상 - 인터넷으로 인해 과잉대표되는 20-30대 남자들의 이목을 잡기 쉽고 어쨌든 기득권이 남자들에게 있으니 미래에 더욱 영향력이 커질 20-30대 남자들을 우쭈쭈하기 위해 나온 것이 여가부 폐지라고 본다. 진짜 얘네만큼 머가리 단세포인 집단은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여가부는 애초에 많은 자원을 할당받는 부처도 아니고 여성/가족부에서 '가족' 정책 쪽에 훨씬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도 여성이라는 글자가 들어갔으니 조리퐁 어쩌구 날조질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무지성으로 욕하던 애들이 정신연령은 그대로 유지한 채 몸만 자라나서(+투표권을 부여받아서) 여가부 폐지만 보고 찍겠다고 으스대는 게 지금의 이대남들이다. 

마찬가지로 정치경력도 일천하고 실제로 해낸 것도 없이 아가리만 열심히 터는 천둥벌거숭이 이준석이 나경원을 밀어내고 당대표가 된 것도(그리고 히스테리 마음대로 부리면서 계속 유지한 것도) 오로지 이대남 중심의 여성혐오적인 인터넷 커뮤니티들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고 본다. 그냥 자기가 그 커뮤니티의 일원이니까 말이다 ㅋㅋ... 그 사실을 티내고 싶어서 안달이 나 막 이대남들에게 윙크를 하고 재롱을 부리고 하트를 보내고 난리가 난 모습이 추하다. 이 좆XX 때문에 안철수의 단일화도 그르칠 뻔했지만 결과적으론 이루어졌으니 뭐.

거꾸로 말하면 여가부가 실질적으로 큰 힘이 있지도 않았고, 여성의 권익과 위상을 높이는 데에 큰 기여를 하지는 않고 있었다는 관점에서, 나는 윤석열이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고 해서 안 뽑겠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저런 XX새끼들도 표를 가지고 목소리를 낼 권리는 있으니까 여가부라는 실질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적으면서 표는 많이 좌우할 수 있는 부처의 폐지를 밀어서 당선 확률을 높인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여가부의 정책 중 긴요한 것들은 다른 정부 부처와 지자체 등에서 확실히 이어받아야 하고 새로운 여성정책은 부처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어서 실행하면 될 일이다. 인구의 반에 대한 정책을 굳이 특정 레이블과 울타리에 안에 가둬야 할 필요는 없다.

4. 한편 이재명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안 찍으면 여자들은 위태로워진다라고 협박조로 말하는 것은 좀 비웃음도 나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하면 심각한 정치 과몰입 상태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여자들은 이재명을 안 뽑아서, 민주당에 표를 안 줘서 갑자기 위태로워지지 않는다. 남성권력이 여성권력에 비해 너무 강하고 성차별적인 문화가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여자들이 위태로운 경우가 많은 것이지 당장의 선거결과에 따라 바뀔 양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민주당 집권기에 진짜 여자들 권리가 신장된 게 뭐냐고 물어도 꼽을 게 없다. 젊은 여자들이 떼거지로 모여서 벌인 혜화시위에 호응한 정현백 여성부 장관을 짜르거나 여자들이 중심이 되어 벌인 낙태죄 폐지 청원 등을 적당히 뭉갠 것들은 기억이 난다. 대통령도 민주당이고 180석까지 줬는데 이래놓고는 이제 와서 민주당을 안 뽑으면 여자들은 다 죽는다는 식의 협박은 양심적으로 하지 말자. 

특히나 이재명이 소속한 당의 집권기간 동안 3명의 지자체 단체장이 성범죄로 나가리가 되고 그것을 묻기 위해 피해자를 압박한다든가 피해자의 신빙성을 훼손하기 위해 험담을 늘어놓는다든가 했던 측근과 보좌진들 중 대부분이 여전히 정치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태연자약하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본다. 이재명이 여성기를 찢는다고 발언한 녹취록은 어쨌든 '네가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떻겠어?'라는 맥락으로 상대편에 돌려준 얘기라는 설명을 듣고 그러려니 했지만, 이재명이라고 해서 대단히 더 뛰어난 페미니스트라고 볼 증거는 희박하다. 윤석열이라고 해서 여성 치안 정책을 약속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5. 결론적으로 윤석열 쪽으로 살짝 기울기는 했다. 그런데 이준석에 대한 개인적인 비호감을 미뤄놓고 봐도 실력 없는 키보드워리어를 당대표로 계속 데려가는 당을 뽑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도 강하게 든다. 광대새끼를 간판에 내세운 것은 그냥 표를 위한 theatrics이며, 실제로는 내실있고 sensible한 국정 운영을 할 거라고 기대하는 게 내 헛된 희망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윤희숙씨가 윤정권에서 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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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선거 끝난 시점에 예약 발행될 것임. 개인적으로 누구를 뽑을지 고민했던 과정을 간략하게 적어놓은 메모이고 다른 사람의 선택에 당장 영향을 주려는 게 아니므로).

Posted by 쟁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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