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남자가 여자는 아니잖아'라는 말을 하고 장렬하게 계정 정지를 먹은 아일랜드의 코미디 작가 Graham Linehan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사라 필드 Sarah Field 리즈 시의회 의원의 연설문을 번역해보았다. 고유명사나 전문용어들은 적합하지 않게 느껴지더라도 양해 바란다. 퍼가실 때는 원문이나 영상 출처만 밝혀주셈. 이 블로그 말고.)

 

https://grahamlinehan.substack.com/p/men-know-what-a-woman-is-in-holbeck

 

"Men know what a woman is in Holbeck."

This is a stunning speech from Leeds Councillor Sarah Field. Reprinted here with her permission. Good afternoon everyone and welcome.Firstly I’d like to thank everyone here for coming today, our panel and the Leeds Spinners for inviting me to Chair.Our b

grahamlinehan.substack.com

https://www.youtube.com/watch?v=dOxdD9LB4v0

Sarah Field 의원의 발언 장면 녹화본. 음질은 좋지 않음.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환영합니다. 우선 여기에 와주신 모든 분들, 의장석(Chair)으로 초대해주신 패널토론자 여러분들과 리즈 방직공 조합(Leeds Spinners)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우리의 뛰어난 학계 발언자들은 이 자리에서 성별기반인권선언에 대해서 논할 것입니다. 다만 서론으로서 리즈시에 대해, 그리고 제가 왜 여기에 있는지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Mumsnet 페미니즘 게시판에 계시는 많은 여성분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네요. 언제나 힘이 되어주시고 영감을 주시는 분들이십니다. 

  약 3년 전 제가 당선된 지 얼마 안 되었을 즈음에, 리즈의 주민 여성 한 분이 제게 조언을 구하려 연락을 취하셨습니다. 그분의 6세 따님이, 지역 여성 청소년 단체에 도우미로 참여한 17세의 남성 청소년에게 폭언과 화풀이의 대상이 되었다면서요. 그 남성 청소년은 스스로 여성으로 정체화했다고 합니다. 6세 아이가 그에게 무슨 행동을 했길래 그런 화를 입었을까요? 단지 그 남성 청소년에게 그가 남자냐고 물어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죄로 이 6세의 소녀는 모든 단체원들 앞에 홀로 서서 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했던 것입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이 사건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사를 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저는 젠더비판적인 사고방식과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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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특별하다. 나는 누가 무슨 옷을 입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또한 합의를 이룬 성인들 간의 일이라면,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와 성관계를 가지는지도 내 관심사가 아니다.

  여성으로서 살아본다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바로 여성이다. 여성들만이 가지는 생물학적 특징이 우리를 여성으로 규정한다. 그것이 바로 성별이다. 우리의 생물학적인 성별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신체적이고, 물질적이고, 생물학적인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성별로 인해 하나의 계층으로 분류된다. 우리의 성별은 우리를 남성폭력에 특히 취약하게 만든다. 우리가 인류의 번식이라는 과업을 오롯이 짊어지게 만드는 우리의 성별 말이다. 여성들이 하나의 계층으로서 겪는 구조적인 억압도 성별 때문에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모든 여성들에게, 남성들로부터 자유로운 성별분리 공간을 보장해주는 법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남성들의 주관적인 감정에 기반해 일부 남성들을 여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서 부도덕적이다. 여성이라는 성별이 더 이상 법적인 보호를 받거나 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하는 행위이며, 그 대신 여성이라는 성별을 해롭고 후진적인 젠더 고정관념으로 축소시키는 처사이다. 
  여성을 정의할 수 없다면, 여성을 보호할 수도 없다.

  이런 관점에서 초점을 리즈 시의회(Leeds City Council)로 돌려보겠다. 리즈 시의회는 잘 알려졌듯이 작년에 젠더승인법(Gender Recognition Act)의 개정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주최된 모임을 금하였다. 그렇게 영국 여성의 공간(Woman's Place UK) 모임이 결국 취소되었을 때, 나는 한 노동당 측 시의원에게서 받은 이메일이나 그 외 광기가 몰아치는 트위터 답글과 항의 세례 등에서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거나 다른 관점을 고려하는 반응은 하나도 보지 못했으며 - 오로지 혐오로 간주하는 내러티브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뿐 - 여성들을 무시하거나 위협하고, 여성들의 입을 막는 것이 미덕처럼 되었다는 사실만을 확인했다.

  그 모임은 제안된 법률의 개정 사항들에 대해 논의하고 정부 기관이 자문을 얻는 자리였다. 그 모임은 트랜스젠더인들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정해주려는 자리가 아니라, 여성들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를 정치인들과 국회의원들에게 전하려는 자리였다. 그 모임에서 자기정체화 정책에 대해 의문을 던지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평생을 좌파적인 성향을 가지고 살아온 레즈비언들과 노동조합원들, LGB 연합(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 소속의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신념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트랜스젠더혐오자들이고, 편견이 심하고, 트랜스젠더-배제적인-급진적인-페미니스트들(TERF)이고, 근본주의 종교인들이고, 혐오전도사라는 혐의는 완전히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다. 나는 이런 공격을 더 이상 잠자코 듣고 있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젠더비판적인 여성들에게 씌워지는 동성애혐오 누명도 가장 높은 강도로 부인하고자 한다. 그들 중 많은 수가 레즈비언들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레즈비언 자매들을 지지한다. LGB 연합을 수년간 지지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알파벳 잡탕(LGBTQIAAWRJISAFJQWF++) 정체성 정치를 추종하는 깨시민 군단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클리셰인 것 같으니, 내 자식들의 대부이기도 한 아리따운 게이 절친도 덧붙이고 넘어가겠다.

  리즈 시의회는 자기정체화 정책(self-identification)을 받아들였다. 누구나 짧은 온라인 서식만 작성하면 모든 시의회 서비스와 부서에서 자신의 성별, 혹은 "젠더 표식(gender marker)"이라고 불리는 것을 바꿀 수 있다. 내가 정보공개청구법(FOI; 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의거하여 평등영향평가(Equality Impact Assessment; 정책의 변화가 평등에 끼칠 영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의 결과를 요구했을 때, 나는 리즈 시의회에서 평등영향평가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내가 정보공개청구법에 의거하여 이 변화가 성별분리공간과 서비스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질의했을 때, 리즈 시의회는 그런 서비스나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내가 정보공개청구법에 의거하여 여성의 옷과 남성의 옷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종합적인 목록을 달라고 요구했을 때 -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 다른 성별의 옷을 입는 것)이 시의회 내규에 보호 받는 특성으로 정의되어있으므로 -, 그런 목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마침내 내가 여성의 정의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런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이 도시의 남자들은 여성들의 탈의실, 화장실, 여가활동공간, 여성서포트그룹(성폭행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도움을 얻는 모임 등을 일컬음)이나 기타 여성전용서비스 - 여성들이 취약해질 수 있고,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을 수도 있고, 옷을 벗고 있거나 잠에 빠져있을 수도 있는 공간 - 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그 남자들이 시의회가 정의조차 할 수 없는 무언가(여성)가 되었다고 느낀다면 말이다. 어쩌면 여자들도 공통적으로 입을 법한 어떤 옷을 한 번 입어본 것(크로스드레싱의 정의조차 불분명하다는 것을 꼬집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글쎄, 성별분리공간은 여성들이 쟁취하기 위해 힘들게 싸웠던 것이고, 시의회가 마음대로 줘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정말 말도 안 되고 위험한 처사이며, 이 나라 수 백만의 여성들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억압받는 계층이 자기정체화로 억압을 빠져나갈 수 없는 것처럼, 억압받는 계층에 속하기 위해 자기정체화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여성들은 전지구적으로 독특한 억압을 경험한다: 생식 능력과 관련된 건강 문제(월경 관련?)와 자기결정권의 침해(낙태 금지법?), 여성 성기 훼손 문화(FGM; Female Genital Mutilation), 폭력, 강간, 조혼, 투표권 박탈, 산모 사망, 출산 후 질환, 교육 기회 박탈, 임금 불평등, 화학적 피임요법, 인신매매, 대리출산, 포르노그래피, 매춘, 성적 대상화 등.

  교도소에 있는 여성들 혹은 수감자 재활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여성들도 두려움과 절망에 휩싸여 내게 연락을 해왔다. 자신들과 같은 공간에 수감된 남자들이 여성수감자들을 강간하거나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그들의 소위 '여성 페니스'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자신들이 어떻게 시스템을 이용해먹고 있는지를 자랑하듯이 말하며 여성 수감자들을 조롱하고 여성호르몬제는 변기에 버려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각종 통계는 왜곡될 것이며, 우리는 성별기반할당제 등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인 여성차별(inequality)에 맞서 싸울 능력을 주는 중요한 분석 수단을 잃게 될 것이다.

  물론, 리즈시의 여성혐오적인 면모는 그뿐만이 아니다. 수척하고 약물에 중독된 매춘여성들이 있는 소위 집중관리지역(Managed Zone; 이 지역에서는 성매수와 성매매 호객행위가 합법. 아침마다 사용된 콘돔과 주사바늘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다고 함.)이 우리 시의 주력상품이지 않은가? 지난 몇 달간 나는 홀벡(Holbeck)을 두 번 정도 방문했는데, 첫 번째 방문했던 밤에는 몇 명의 남자들이 거리에서 공공연히 포르노를 보고 있었고 여자들이 그들에게 접근해 이용 당한 뒤 5파운드를 받고 다시 버려지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그 다음 방문했던 낮 오후 2시쯤에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자 차 옆에 그냥 서있었는데, 성매수자들이 10분 상간에 세 번이나 내게 접근하였다. 우리는 남자들이 도시에서 가장 취약한 중독자 여성들의 육체를 매수하는 것을 수십만 파운드를 써서 용인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홀벡에서 성매수를 하는 남자들은 여성의 정의를 잘 아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잘못된 몸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봤냐는 식의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런 질문에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평생 그런 감정을 느껴왔다고 답한다. 여자들은 그냥 아무 가게에 들어가거나, TV를 켜거나, 잡지를 펼치거나,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비키니 몸매를 만들어보세요!", "12주 속성으로 크리스마스 파티 몸매 만들기!", "꿈꾸던 몸매를 쟁취해보세요!", "20살 어려보이는 몸매 만들기!", "당신에게 합당한 몸매!" 같은 광고문구 포화를 맞는다. 거기에 보톡스, 성형수술, 제모, 포토샵, 영구화장, 질 미용성형까지. 우리에게는 충분히 익숙한 감정이다.

  모든 남자가 강간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남자가 본질적으로 폭력적이고 소름끼치며,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가 우리 아빠랑 내 남자형제, 9살배기 아들을 사랑한다는 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그러나 전체 성범죄의 98퍼센트는 남자들이 저지르며 좋은 남자와 나쁜 남자를 구별하는 방법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우리만의 공간과 서비스, 경계가 필요한 이유이고 또한 남자들이 우리들만의 공간에 침범하는 것이 비정상인 분위기, 침범하는 남자들에게 여자들이 마땅히 항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악의를 가진 남자들은 여자들과 소녀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

  권력과 접근권을 이용해 여자들과 소녀들을 학대하려는 남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단체나 기관 등이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것도 그래서이다. 남자들이 학교나 돌봄 시스템, 교회, 가족 내에서 그런 짓을 하고 있다면 당연히 여자교도소나 여자화장실, 여성전용쉼터, 여자탈의실에서도 그러려고 할 것이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소수지만 두드러지는 위험한 남성들의 존재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우려는 남성이 여성으로 자기정체화를 한다고 해서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정체화 정책은 어떠한 종류의 걸러내기(gate keeping)나 아동안전보장지침(safe guarding)도 무력화시키며, 어떤 남자든 온라인 서식 작성이라는 피상적인 행정 절차를 통과하기만 하면 여성들만의 공간에 합법적으로 들어갈 권리를 얻게 해준다.

  나는 남성성이라는 개념에 의해 갇힌 느낌을 받거나 괴로움을 느끼는 남자들에게 진정으로 동정심을 느낀다. 그러나 남성성이라는 것은 남자들이 직접 해체하고, 벗어던지고, 전복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미 그 작업을 하고 있는 남자들이 있다. 남성에 대한 해로운 고정관념들과 싸우는 트랜스섹슈얼, 크로스드레서들과 그들의 지지자들 말이다. 하지만 여자들에게 그걸 도와야 하는 도덕적인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당신이 남자들의 내적인 정체성을 여자들의 현실적인 문제보다 우선시한다면, 당신은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없다.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여성억압이 존재하고 남성폭력이라는 전염병이 창궐해있는 세상에서, 우리에겐 다른 여성들과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투쟁을 해온 선대 페미니스트들의 유산을 위해서라도 여권을 위해 맞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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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Posted by 쟁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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