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딴 노래가 무슨 와 씨발 존나 칸셔스랩 미쵸 여윾시 루페다 이런 식으로 소비되는 것이 이해가 안갔음. bitch bad woman good lady better는 개뿔 니가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세요 남성분이신 루페님...?  짐짓 점잖고 고민한 것처럼 들린다고 막 칭송하는 힙합 팬들의 태도도 게으르고 후지다고 생각했는데 이 노래를 들을 당시에는 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못된건지 직접 비판하려고 하니 어떤 말로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어야하나. 

2. 그러다 

https://www.theatlantic.com/entertainment/archive/2012/08/raps-long-history-of-conscious-condescension-to-women/261651/


이 아티클을 발견했고 루페가 허접한 젠더인식을 바탕으로 맨스플레인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해졌음.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를 이걸로 처음 접했던 거 같은?) 거기에다 투팍이나 구디맙 다먼디 등 전설적인 인사들의 노래 가사의 한계도 지적하고 있는 이 사람은 뭔가 아는 사람 같았음. 힙합에 대한 크리틱은 뭐 그냥 인터넷 커뮤니티의 내 또래들이 조또 모르고 끠적거린 리뷰들을 읽어본 경험이 전부였어가지고 뭔가 진짜 페미니스트 어른이 랩 가사에 대해서 쓴 글을 본 것은 처음이었고 그래서 좀 충격을 먹기도 했음... 


3. 오랜만에 이 아티클이 생각나서 다시 읽어보구 글쓴 분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책도 쓰셨음. Invisible Man, Got the Whole World Watching, A Young Black Man’s Education. 그래서 읽었음. 정말 재밌어서 술술 읽혔음. 작가 본인의 개인적인 얘기랑 흑인차별 문제, 흑인 정치/문화에 대한 평론이 적절히 뒤섞여있음.

https://www.amazon.com/Invisible-Man-Whole-World-Watching/dp/1568585284


 police brutality나 혐오범죄(George Zimmerman이 흑인소년 Trayvon Martin을 범죄자로 여겨 총을 갈겨버린 사건 외에도 많은 실례가 나온다) 같은 일반적인 인종차별 문제나 오바마 마틴루터킹 말콤X 등의 흑인 정치사의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얘기는 다른 곳에서도 여러 번 봤지만 흑인사회 안에서 흑인 남성들이 흑인 여성들에게 가하는 가부장제 억압과 대상화 등을 지적하는 것은 (내게는) 이 책이 처음이었다. 흑인들의 동성애 혐오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도 있었는데 여기서 프랭크 오션이 자신의 소수성에 대해 세상사람들을 inviting in했던 텀블러 편지가 소개되어서 참 반가웠다. (책에서 coming out이라는 표현은 성소수자들이 본인들만의 작은 서클 안에서 초인적인 용기를 내 바깥으로 나옴으로서 이뤄내야하는 업적처럼 들리고 벽장 게이 벽장 레즈비언이라는 말도 비슷한 속뜻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inviting in은 본인들의 고유한 정체성과 세계관을 타인이 알 수 있게끔 들여보내주는 느낌이라면서 대안으로 소개해준 표현이다. 내가 이해한 것은 그런데 틀릴 수 있다.) 


 여성억압과 동성애혐오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그동안 내가 피상적으로 말초적으로만 소비해왔던 흑인문화에 대한 이해가 좀 향상된 것 같고 내 생각보다 우리나라 사정이랑 통하는 부분도 많았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노동운동사에서 여성들의 이름이 지워져온 유구한 역사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진보연하는 남자새끼들의 수준이란 최근의 정의당 메갈사태만 보더라도 자기들 억울함/약자성 못잃고 섹스 못해서 광광 울줄만 알지 사실상 진보라고 보기도 뭐한 씹새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엇는데 흑인인권운동사에서도 여성 운동가/여성 희생자들의 존재가 지워진 경우가 많았고, 남성 흑인인권운동가들이 그리는 진보의 청사진에서 백인의 억압은 사라져 없어질지 몰라도 흑인여성들을 억압하는 가부장제는 강화하고자해서 결국 여성을 보호해야할 2등시민 취급하는데서는 인종의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또한 최근의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스트들이 트위터를 통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여성억압의 경험을 공유하며 여권 신장 운동의 중요한 구심점 역할로 써먹고 있으며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아다시피 여성혐오범죄라는 말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언론이 살인범의 정신병력에 집중하려고 할 때 트위터에선 '여자라서 죽었다'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공유하는 식으로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운동의 수단으로 대두되었는데,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성 언론이 부당하게 희생되거나 투옥된 흑인들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거나 소홀히 할 때 개인들이 트위터라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사건을 공유하고 '내가 트레이본 마틴이다' 따위의 해시태그를 퍼뜨리면서 운동의 수단으로 써먹고 있다고 한다. 




Posted by 쟁연오
,